50개의 나조를 전부 함께 풀었는데, 겹치는 베스트 작품은 단 하나다. 같이 풀었는데도 만점의 기준이 이렇게나 다르다니 신기하다.
50리뷰 기념 특집 2탄이다. 1탄이었던 입문작 5선 추천글이 “나조 뭐 부터 하면 될까요?”에 대한 대답이었다면, 이번 특집은 조금 더 개인적인 사심을 가득 담아 보았다. 지금까지 플레이한 50개의 나조 중, 나와 내 나조 파트너가 가장 좋아했던 나조를 다섯 개씩 뽑아 보았다.
신기한 점은, 50개의 나조를 전부 함께 풀었지만 두 리스트에서 겹치는 작품이 단 하나뿐이었다는 점이다. 같은 테이블에서 같은 문제를 풀고도 만점의 기준이 이렇게나 다르다는 게 참 신기하다. 일단 나의 다섯 작품부터 적어 보겠다.
몬빵의 베스트 5
리뷰 곳간을 다시 열어보니, 개인만족도 5.0점을 준 나조가 정확히 다섯 개였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고대로 베스트 5 나조다. 다섯 모두 너무 서로 다른 이유로 만점을 주었기 때문에 순위는 매기지 않기로 하였다. 플레이한 순서대로 적어 보았다.
Twelve Trick Tiles - 마법은 실재한다
Tumbleweed · 2500엔 · ⭐6/10 · ● 보통 · 기믹 5.0 / 문제 3.5
나의 인생 첫 일본 나조토키이자, 이 블로그의 시작점에 있는 작품. 상자 안에 든 다양한 수수께끼와 12장의 타일로 구성되어 있다. 간단하다면 간단하면서도 “이걸 여기까지 구현한다고?” 싶은 기믹 활용의 극한을 보여주는 나조토키 계의 걸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내가 일본 나조토키 쪽에 입문을 하게 되어, 이렇게 블로그도 만들고 어느덧 나조를 50개 이상 플레이하게 되었다. 입문작 5선 글에 이어 이 특집에도 등장하는 유일한 나조인데, 그만큼 내가 이 나조에 대해 애정이 깊다는 뜻이다.
26 - 여태껏 잊지 못하는 압도적 간지
Tumbleweed · 2800엔 · ⭐7/10 · ● 어려움 · 기믹 5.0 / 문제 4.5
Twelve Trick Tiles의 배송비가 아까워 함께 담았던 나조가 나의 첫 “인생 나조”가 될 줄은 몰랐다. 26개의 나조를 돌파해 나가는, 문제 비중이 굉장히 높은 구성으로 짜여 있는 나조토키로, 제작자가 장담한 것처럼 풀어 나가면서 맞이하게 되는 ‘대혼란’의 묘미가 일품인 구성의 작품이다.
50나조를 풀고 기록하다 보면 당연하게도 모든 문제를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26의 오오나조의 간지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걸 제가 어떻게 잊습니까…
100나조 정도 기록을 했을 때 즈음, 한 번 다시금 풀어보고 싶은 나조 1순위다. 내가 텀블위드의 팬이 된 결정적 계기인 명작.
ONE OPERATION - 오직 나만을 위한 나조토키 공연
Tumbleweed · 패키지판 2500엔 / 온라인판 2200엔 · ⭐6/10 · ● 보통 · 기믹 4.5 / 연출 4.5
플레이어도 한 명, 나조 진행을 도와주는 스태프도 한 명. “오직 단 한 명을 위해 준비된 나조토키 공연”이라는 컨셉의 나조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형식의 나조는 아니다.
“번뜩임, 오직 내 차지.”라는 캐치 프레이즈 내용처럼, 문제 풀이의 깨달음을 독차지하는 혼방의 즐거움이 그대로 담겨 있고, 컨텐츠 특성 상 다섯 작품 중 연출/디자인 점수가 가장 높게 책정되었다.
클리어 후의 오마케 ‘리피터 에디션’도 이 나조의 재미를 한층 더 높여주는 요소. 다만 일본어 듣기의 벽이 있는 것이 유일한 진입 장벽이다. 듣기 옵저버가 필요하신 분은 연락 주시라. 저와 제 나조 파트너가 대기 중이다.
sQuare mAze -cosmos- - 설계의 설계의 설계
NAZOxNAZO劇団 · 2800엔 · ⭐5/6 💡4/6 · ● 아주 어려움 · 기믹 5.0 / 문제 4.5
스퀘어 메이즈 3부작의 최종장이자, 1 · 2편과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의 완결편이다. 6시간 반을 내리 거의 쉬지 않고 매달렸다. 배고프고 당 떨어지고 엄청 힘들었는데, 설계 그 후의 설계, 그리고 또 설계를 연이어 보면서 그 힘든 와중에도 계속 풀어나갈 힘을 얻었다.
6시간 반의 대장정 끝에 클리어를 해 내면서 낡고 지친 우리들이었지만, 이 작품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많고 깊은 고심 끝에 이런 대단한 작품을 내놓게 된 것일까…
내가 만들었던 종이방탈출의 이름도 어쩌다 보니 Cosmos였기에, 약간의 우주적이라면 우주적인 인연에 괜히 눈길이 한 번 더 갔던 것도 있는 것 같긴 하다.

アナビナゾ - 톡, 톡, 터져 나오는 자명감
AnotherVision · 1400엔 · 공식 난이도 표기 없음 · ● 보통 · 기믹 4.0 / 문제 5.0
스토리도, 멋진 오오나조도 없다. 한 페이지에서 완결되는 ‘한 페이지 나조’ 30문제가 전부다. 그런데 그 한 문제 한 문제가 참 맛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음엔 어떤 나조가 나올지 설레게 된다. 50개 리뷰 중 문제 점수 5.0 나조는 이 작품이 유일하다.
리뷰에도 썼던 것을 다시 인용하자면 ‘트로피카나 마냥 톡, 톡, 터지는 자명감’. 내가 AnotherVision의 팬이 되는 데에는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했다. 애초에 도대체 왜 이 책을 굳이 사게 된 건지 기억도 나지 않는 나조토키가 만점을 받아버린 게 참 신기하다.
나조 파트너의 베스트 5
다음은 나의 나조 파트너의 베스트 5 작품들이다. 나와 달리 순위까지 딱 정해서 알려 주었다. 선정 기준은 명확했다. 문제 분량이 많고 그 비중이 명확하게 높은 나조. 리스트를 보면 그런 느낌이 확 온다.
5위. AXIDENTZ - 극한의 컨셉! 빈 상자.. 하지만 장엄하다
4CE Dimension · 2000엔 · ⭐11/10 · ● 어려움 · 기믹 4.5 / 문제 4.5
“풀어야 할 수수께끼는 여기에 없다”라며 ’빈 상자‘를 파는 공식 난이도 ⭐11/10의 괴작. 컨셉은 안드로메다로 가 있지만 궤도에 오른 뒤의 풀이는 의외로 정석적인 나조 풀이 사고를 요하는 편이고, 볼륨도 결코 적지 않다.
난이도 별 11개까지인가? 싶지만 그렇다고 해도 절대 쉬운 것은 아니다. 노힌트 클리어를 노린다면 강한 마음이 필요. 문풀러의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4위. Answersheet - 기묘한 답 매칭 나조.. 근데 재밌다..?
4CE Dimension · 1650엔 · ⭐6/10 · ● 어려움 · 기믹 4.2 / 문제 3.7
나조를 푸는 것이 아닌, 답을 매칭해 나가는 신감각 나조. 번뜩임 사이에서 논리와 추리와도 힘을 합쳐 답과 해답지 100쌍을 매칭해 나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은은하게 어려운 두뇌 노동이다.
나조토키지만, 진행을 위한 사고 과정이 좀 독특한 편이다. 풀이를 위해 깊게 몰두하고 고민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3위. 26
Tumbleweed · 2800엔 · ⭐7/10 · ● 어려움 · 기믹 5.0 / 문제 4.5
나와 짝꿍의 리스트 두 곳에 모두 이름을 올리게 된 유일한 작품. 문제 비중이 높으면서도 기믹의 멋짐까지 겸비하였으니, 취향이 갈리는 우리 둘 사이에서도 유일하게 합의에 도달하게 된 교집합이라고 볼 수 있겠다.
2위. HIRAMEKI TRUMP SILVER - 54개의 트럼프, 엄청난 난이도의 오오나조
Tumbleweed · 2400엔 · ⭐9/10 · ● 아주 어려움 · 기믹 4.0 / 문제 4.5
트럼프 카드에 새겨진 54개의 나조. 공식 난이도 ⭐9/10. 시놉시스 상 “히라메키 트럼프 사상 최고 난이도”라고 소개된 나조. 고난이도 문제가 집중된 나조가 취향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스펙이다.
오오나조의 스케일은 ‘일본인들도 이게 정풀이가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방대하다. 방대한 문제 양에 방대한 스케일의 오오나조까지. 나도 개인적으로는 골드보다 실버를 더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기억이 난다.
1위. 銀のデビル缶 - 풀어도 풀어도 쏟아지는 물량의 정점
SCRAP · 3000엔 · 공식 난이도 표기 없음 · ● 어려움 · 기믹 4.0 / 문제 4.5
‘나조 풀다 죽어라’라는 생각으로 만든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나조를 풀고 풀어도 다음 나조가 쏟아지는 물량 최대급 나조토키 키트. 기술, 트릭보다는 오직 물량과 힘으로 정면승부하는 力押し 나조의 정석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문제를 원 없이 풀고나면 저절로 따라오는 기분 좋은 히라메키까지, 문풀러의 1위 나조로 과연 선정될만한 나조인 것 같다.
50개를 같이 풀었는데 왜 하나만 겹치는 걸까?
나의 다섯 작품은 기믹이 마법을 부리는 순간(Twelve Trick Tiles), 치밀한 설계(sQuare mAze -cosmos-), 어디에서 보기 힘든 연출(ONE OPERATION), 문제 하나하나의 자명감(アナビナゾ)처럼 각각이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와!“ 하는 포인트들을 각각 가지고 있다. 방탈에서 말하는 와우 포인트 같은 느낌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나조 파트너와의 교집합에는 26이 있다. 맛있는 문제 잔뜩에 기믹의 멋짐까지 챙긴 명작.
나조 짝꿍이 고른 다른 작품들도 내 개인 만족도 점수로는 모두 4.5점 강력 추천 나조들이었다. 어딘가 아쉬웠던 작품들이 아닌, 만점의 기준이 살짝 달랐을 뿐인 것이다.
같은 테이블에서 같은 나조를 풀어도 각자 다른 순간의 나조에 빠지게 된다는 점도 2인 플레이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을 발행하는 시점에 이미 벌써 나조 리뷰를 7개를 더 써서 올려 놓았다. “다음 50개를 풀고 나면 이 리스트가 어떻게 될까?” 라고 적으려고 했는데, “다음 43개를 풀고 나면..”으로 수정해야할 것 같다.
100나조 기념 특집에서 오늘의 리스트와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그 때까지, 우리는 오늘도 나조를 풉니다. 행복한 나조 라이프~